(第一天 仁川-上海2017-5-28)

하지만 실은 정치학이라는 전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날 위해서, 오랜 시간 꿈꿔왔던 그런 여행이었다. 러시아에 가 T-34부터 유리 가가린의 기념 동상까지, 구 소련의 흔적들을 짚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출발일이 가까워 올 무렵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테러 소식이 전해졌고, 홀로 여행할 나를 엄마가 너무 걱정스러워하셔서 여행지를 중국으로 급히 변경하게 됐다. 당시 사드 문제로 분위기가 흉흉했던지라 엄마는 중국 여행도 여전히 염려하셨지만, 러시아가 아니라면 응당 중국이어야만 했다. 어차피 북한이나 쿠바는 지금의 사정으론ㅡ법적으로, 일정상의 문제로ㅡ 불가능했으니까. :)

正值5月休假,我去年已经预先申请好了旅行假期。对于真心热爱政治学这个专业的我来说,这是我长久以来梦寐以求的旅行。
我一直想去俄罗斯,从T-34坦克到尤里·加加林纪念雕像,我想看看这些前苏联留下的痕迹。但离出发的日期越来越近时,圣彼得堡传出了恐怖袭击的消息。妈妈担心我独自旅行不安全,就急忙把旅行地改到中国了。当时中韩因为萨德导弹问题,闹得气氛十分紧张,妈妈他同样十分担心去中国的旅行。但是如果不能去俄罗斯,那就只能去中国了。我也想去朝鲜和古巴,但不是法律上不行,就是日程上不行。

중국어를 공부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 의사 소통 문제도 러시아보다 한결 나을테고, 같은 아시아 대륙이니 인종 차별 걱정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나홀로 해외 여행을 한다는 건 내게 있어 꽤 용감한 도전이었다. 뒤늦게 항공권을 알아보고, 비자를 신청하고, 환전을 하고, 유니온페이 체크카드를 만드는 여행 준비 과정도 꽤나 품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이어야했다. 어째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해왔는지, 왜 관심 분야 리서치를 하면서 China 폴더를 따로 만들어 정리하는지, 무슨 이유로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있는지 ㅡ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我学习汉语已经一年多了,所以沟通会比在俄罗斯好很多,而且同是东亚国家,也不用担心种族歧视问题。但是,一个人去海外旅行一个多星期,对我来说仍然是相当勇敢的挑战。后来查询机票、申请签证、换钱、办理银联卡等旅行准备过程也非常费工夫。但是即便如此,中国也必须要去。不然我不会在一年多的时间里一直坚持学习汉语,不会一边从事自己感兴趣的领域研究,一边单独制作整理关于中国的资料文件,不会关注那些在中国工作的国人的博客。我认为现在是时候去中国了。

여행 이틀 전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컨디션이 몹시 안 좋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느라 약을 챙겨먹는 것도 잊었다. 졸리고 아픈 몸을 의자에 기댄 채, 지연된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자니 긴장감이 일었다. 호텔까지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지, 미리 사 둔 중국 유심이 잘 작동할지... 전형적인 초보 여행자의 근심 걱정거리들.

旅行前两天染上了感冒,所以状态非常不好。一大早出门,连药都忘了吃。疲倦而痛苦的身体靠在椅子上,等待着办理登机手续,心里非常紧张。能不能平安到达酒店,预先购买的中国电话卡能不能正常使用…这些担忧都是新手旅行者的典型心理。

비행기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그리고 피로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와서 급기야 고개를 푹 숙인 채 신음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거기다 감기로 상태가 안 좋은 귀가, 인정사정 없이 아파오는 바람에 누구라도 붙잡고 제발 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떤 아기가 으악 으악 괴롭게 우는 소리에 대리만족이 되어 하나도 거슬리지 않기까지 했다. 끔찍 ( _ _)

飞机的空调风太大,加上疲劳感不断涌来,我不得不低着头小声呻吟。感冒让耳朵也变得不太好使,浑身上下莫名地疼痛,真想胡乱抓住一个人大吼一声:让我下飞机。最后,从一个小孩呜呜的哭闹声中,我狂躁的心理顿时得到了替代满足,甚至一点都不觉得小孩烦人。真可怕(_)

푸동 공항에 도착하고 나선, 솔직히 말해 좀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이 쉽고 편리했다. 굳이 한글이 없더라도, 영어가 병기되어 있지 않더라도 워낙 우리나라 말에 한자어가 많다보니 수월했다. 모르는 걸 물어봐도 중국 사람들은 퉁명스럽게나마 꼭 알려줬다. 내 중국어를 다 알아들어줬고, 설명도 성심껏 해주었다. 아저씨의 턱짓 까딱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가서 산 고속 열차 티켓.

抵达上海浦东机场后,坦白的说一切都很简单方便,甚至让人觉得有些无聊。即使机场没有韩文和英文标识,由于我国保留有很多汉字词汇,也能明白意思。即使问些不懂的问题,中国人也会直率地告诉我。他们不仅听懂了我所有的中文,还真诚地给我做了说明。最后沿着大叔下巴颏指引的方向。我买到了高速列车票 。

롱양루역에서 징안쓰역까지 가는 길. 그런데 지하철역 출구를 잘못 나오는 바람에 꽤 헤맸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 날씨 아래서, 아저씨가 길 위의 큰 꽃 화분에다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고 있는 풍경들을 보는 건 오히려 유쾌했다. 캐리어가 호스를 밟지 않도록 슬쩍 들었다가 놓는 그 짧은 수고로움도, 이 기분 좋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찰나라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았다.

从龙阳路站到静安寺站。因为走错了地铁站出口,为了找路徘徊了很久。虽然是在炎热的夏季,但看到环卫大叔向路边的大花盆里浇水的风景,反而让人感到心情愉快。为了不让旅行箱的轮子压到地上浇水的软管,只能把旅行箱提起来再放下,但一想到这短暂的辛苦也会成为美好风景的一部分时,也就没有什么可抱怨的了。

얇은 니트에 트렌치 코트까지 걸쳐서도 그랬겠지만, 땀이 날 정도가 되어서야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말끔한 호텔 직원의 중국어 잘한다는 흔한 멘트에도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드디어 쉴 수 있다! 룸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서울 집 내 방의 6배 크기는 되었으려나? 밖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 바로 옆에 욕조가 있는게 마음에 쏙 들었다. 회사 복지 시스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해외 호텔 할인. 애사심 뿜뿜! 열심히 일할게요. :)

虽然只穿了薄针织衫和风衣,但当我走进酒店大厅时,早已经是汗流浃背。
听到衣着整洁的酒店职员说着标准的迎宾普通话时,我开心地几乎要飞起来。终于可以休息了!
酒店的房间非常大。感觉面积是我在首尔的房子的6倍?我很喜欢浴缸旁边就是窗户的设计,因为这样可以俯瞰外面的城市风景。对于我所在公司的福利系统,我最满意的就是海外酒店折扣福利。比爱心!我会努力工作的。:)

가족들한테 무사히 호텔 도착했다고 인증샷. 특별한 저녁 약속을 기다리며 ㅡ 관심 분야 리서치하다 우연히 접한 영문 기사 작성자 이름을 보니 한국 이름이었다. 흥미가 생겨 좀더 알아봤더니, 상하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이었고 심지어 나랑 동갑이었다! 전문성 높은 기사들에다 진솔한 에세이들까지 더해진 블로그를 구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꽤 오래, 몇 개월간 꾸준히 읽다보니 마치 내 친구같이 가깝게 느껴지고 꼭 한 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 만나고 싶다는 글을 위챗 아이디와 함께 남겼고 저녁 약속이 잡히게 된 것이다! :)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콩닥콩닥한 만남. 베이징에서 온 또다른 블로그 구독자분과도 함께, 셋이서 만나기로 했다.

向家人拍了一张平安抵达酒店的照片后,我开始等待晚餐约会。
之前在研究自己感兴趣的领域时,我偶然看到一篇英语文章,作者居然是韩国名字。于是产生了兴趣,打听了一下,原来是在上海工作的韩国人,甚至和我同岁!她的博客专业性很高,文笔也很真诚。经过几个月的阅读,感觉她就像我的朋友一样亲近,很想亲自见她一面,和她交谈。
于是鼓起勇气在微信账号下留言,说想见一面,于是就约好在晚上见面了!:)
现在回想起这次相遇依然觉得激动人心。后来有一位来自北京的读者也加入了进来,于是晚上的见面变成了三个人。

Lost Heaven이라는 달콤한 이름의 윈난 음식점에서 만난 E님, J님. 모르는 세 사람이 만났지만 어찌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갔는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마 우리 세 사람 모두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았던 덕분이겠지? 이 만남이 그저 여행 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앞으로 내 인생에 있을 큰 변곡의 시작점으로 기록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뜻깊고 좋은 시간이었다.

在名为Lost Heaven(花馬天堂)的云南菜餐厅里,我遇见了E女士、J女士。三个人见面前虽然互不相识,但聊天却很自在、自然。不知道时间是怎么过去的。也许是因为我们三个人都真诚地讲述了自己人生故事的缘故吧?
这是一段美好的时光,让我觉得这不仅仅是我旅行中的一段插曲,还将成为我人生中新转折的起点。